[캐나다 살기 #8] 이것이 진정한 드라이브다.

영산강은 전라남도 담양의 병풍산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약 150km를 흘러 서해바다로 이어지는 전라남도 최대의 강이다. 어릴적 책에서 들어보았던 이름이자 학창시절 지리시간에도 배웠던 적이 있는 강이라 그 이름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영산강을 직접 와 본건 결혼을 하고 처가댁에 방문 하면서부터이다.
처가댁은 전라남도 무안군 몽탄면에 있고 처가댁에서 넓은 들판을 걸어 약 15분 가량 걸으면 멋진 영산강이 나온다. 예전에 몇 차례 와서 강을 본적은 있지만, 오늘처럼 나주까지 이동하는 영산강변도로를 혼자 달리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영산강변도로는 약 5년전 나주시 영산동에서 무안군 몽탄면까지 약 34km를 연결하는 강변로로 개통이 되었고, 현재는 목포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확장공사하고 있다고 한다.
월요일 저녁, 어제 서울로 간 아내는 KTX를 타고 저녁 7시 45분경 나주역에 도착한다고 했다. 예정된 시간에 픽업을 가야했기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나주역까지 가는 길은 크게 둘로 나뉜다. 네비게이션이 추천하는 도로는 탁 트인 지방국도다. 아무래도 걸리는 시간이 단축이 되기때문에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일것이다. 다른 하나는 걸리는 시간은 조금 더 되지만, 정겨운 시골마을들을 거쳐 영산강변을 따라 달리는 길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과 동네에 가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두번째 옵션을 택하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구불구불, 사람이 없는 시골마을들을 거치며 수 많은 마을들에 각자의 이름들이 있다는것을 알았다. 영산강변로가 나올때까지 여러 마을들을 거쳤는데, 마을마다 어르신들이 쉴 수 있는 작은 마을회관들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천천히 아무도 나와있지 않은 시골도로를 달리며 느꼈던 한 가지는 아직까지도 아주 오래전 지어진 옛 시골집들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지어진지 적어도 7,80년도 넘었을것 같은 그런 집들말이다. 넓디 넓은 전라남도의 평야와 수 많은 산들, 그리고 그 산들 사이사이로 옹기종기 군락을 형성해서 살아가는 정겨운 시골마을들. 자동차의 양쪽 창문을 활짝 열고 천천히 달리며 도심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평화로움을 맛본다.
차는 어느새 시골 마을을 벗어나 영산강변로에 접어들었다. 탁 트인 하늘아래 영산강을 둘러싸고 있는 멋진 산들과 들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살며시 속도를 내어 부드럽게 닦인 강변도로를 달렸다. 한참을 달렸어도 지금까지 내 뒤로 달리는 자동차를 한 대도 보지 못했다. 이 멋진 영산강을 마치 나 혼자서 독차지하고 있는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7월의 한 여름이지만, 차 안으로 들어오는 선선한 강바람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있었으면 이 시간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월요일 저녁시간, 한참 강의를 하고 있을수도 혹은 가족들과 저녁을 먹은뒤 집안일을 하고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가댁에 내려와 있는 이후 맑은공기, 인적이 드문 시골길, 넓은 들판, 높은 산들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삶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 이 시간이 참 좋다. 가족 모두가 새로운 나라로 이주하기 전 누리는 나에게는 일종의 휴가같은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방학같은 그런 시간이다. 서울을 벗어나 남쪽으로 내려오면 이렇게 평화롭고 좋은 곳들이 많다. 나는 이 시간 아무 인적이 없는 영산강을 따라 진정한 드라이브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