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살기 #9] 시골살기 12일차

보통은 어딘가로 여행을 길게 떠나도 5,6일이다. 좀 더 길게 가면 1주일 이상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10일 이상 길게 가기란 일반 직장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아내는 계속 일을 하지만, 다행히도 재택근무를 하기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일 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가끔 있는 화상미팅이 있는 경우 적합한 장소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곳에 내려와 지낸지도 오늘로 12일째다. 신기하게도 12일전 이 곳에 내려온 다음날 서울에는 꽤나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원래 캐나다로 출국하기로 되어있던 8일에 이 곳으로 이동했더라면 아마도 쉽지 않은 이동이었을거라 생각이 든다. 참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이틀전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해 급기야 엄청난 양의 비가 전국 곳곳에 내렸다. 뉴스를 틀면 온통 물난리에 관한 뉴스뿐이다. 홍수와 산사태 그리고 심지어 옹벽이 무너져 달리던 차를 덮어 40대 운전자가 안타깝게 사망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곳 무안도 어제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후쯤 되서부터는 그 강도가 훨씬 더 세졌다. 도서관이 있는 지하 주차장에 많은 양의 물이 흘러들어가고 주차장 천장은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심지어 1층 로비의 화장실에는 물이 저절로 역류해 로비까지 물로 덮였다. 도서관이 있는 복합문화센터 전체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현 시간부로 모든 이용자들은 귀가 조치를 한다는. 도서관의 모든 직원들은 모든 장비를 동원해 물을 밖으로 빼내고 새는 곳을 보수하느라 하던 일들을 멈추고 작업에 한창이었다.
어쩔수 없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오후 3시경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두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이틀전 수영복과 물안경을 샀던터라 수영장에 가는데 온통 혈안이 되어있었다. 비가 워낙 많이 내리고 있던터라 장인, 장모님께서는 왠만하면 나가지 않는것을 권하셨으나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약 15km 떨어져 있는곳에 위치한 수영장으로 데려갔다.
물만난 고기처럼 해맑게 웃으며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보니 나 역시 아빠로서 기분이 좋았다. 휴게실에서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창 밖으로는 여전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몇 분 간격으로 계속 재난문자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주변에 있는 도로상황과 재난상황을 알려주고 있었다. 도로가 통제된 곳도 많았고, 하천이 있는 일부 지역과 강이 흐르는 저지대의 지역은 침수 우려가 있으니 대피하라는 메세지였다. 오늘밤 어딘가에서 무슨일이라도 나겠다 싶었다.
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 9시가 조금 못된 시간, 하늘이 마치 뚫린것처럼 비가 퍼부었다. 자동차 와이프의 interval를 최대로 맞춰놓고 천천히 달렸다. 가시거리가 워낙 짧아서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설마 귀가하는길 중간에 도로를 우회하라는 재난문자가 올까봐 조마조마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오직 한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센 비폭풍을 뚫고 집으로 돌아왔다. 밖은 쉴 새 없이 비가 쏟아붓지만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전원생활을 한 지 열흘하고 이틀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