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자식에게 있어 부모란

출국날이 가까워올수록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물론 장성하여 한 가정을 이루어 독립을 한 아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국내에 있어 한번씩 얼굴을 볼 수 있는것과 해외로 나가 보고싶을때에도 마음껏 볼 수 없는 상황은 분명 다르다. 그 마음은 부모가 되어야 알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지난 2주간 처가댁에 머무는동안 어머니는 나에게 서울에 오면 한번 들르라고 말씀하셨다.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고작해야 3,4일인데 그래도 따뜻한 밥한끼 해주고 싶으신지 시간이 되면 꼭 들르라고 하셨다. 정리해야할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고 그걸 다 해결해야 할 생각을 하니 부모님댁에 들르고 싶어도 도저히 들를수 없는 결론에 이르자 난 죄송함을 무릅쓰고 갈수없다고 말씀드렸다. 어차피 수요일 저녁은 영종도에 있는 여동생 집에서 먹으며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기로 되어있었기에 그때밖에 볼 시간이 없겠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자식된 도리로서 그리고 아들의 마음으로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 한끼는 사실 꼭 먹고싶었다. 아니 밥이 먹고싶었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아버지 어머니와 시간을 보냈으면 했었다.
결국 서울에서 해결하고 정리해야할것들이 너무 많아 수요일 하루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다. 수요일 저녁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내외와 조카들 그리고 우리가족은 영종도 여동생 집에 모였다.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과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손녀딸인 에셀이 라엘이가 너무 그리우셨는지 집으로 돌아가시기전 두 아이들을 꼭 안아주셨다. 눈물을 보이지는 않으셨지만 아마 마음속으로는 두 손녀딸이 앞으로 너무 보고싶으셨을 것이다.
10시가 훨씬 넘어서야 아버지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시기 위해 집을 나섰다. 매제가 운전을 하고 두 분을 운서역에 모셔드렸다. 차에서 내려 부모님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평소 아버지를 안아드린적 없던 나도 아버지와 마지막 악수를 하고 당신의 어깨를 안아드렸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드렸다. 항상 건강하고 열심히 살라고 하시며 두분은 등을 돌리시고 천천히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가셨다. 아버지 어머니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가며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속을 오갔다. 지금까지 키워주시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해주신 두 분께 너무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나와 마지막 포옹을 하고 돌아서며 두 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차에 올라타 여동생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길, 난 여러생각들이 들었다. 문득 어린시절 부모님과의 추억도 생각이 났고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던 생각도 났다. 그러면서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나를 보았다. 살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린적 없이 늘 걱정만 끼쳐드렸던것 같고 늘 짐만 된것 같은 마음이 들어 한없이 죄송스러웠다.
한번 자식은 평생 자식이고,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부모에게는 여전히 아이라고 한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도 내 아버지 어머니에게는 여전히 어린아이다. 언제쯤 아버지 어머니께 자식다운 자식이 될 수 있을까 내 자신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