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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시카고 연가 # 30. 본문
매장은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사이즈다. 쟁반에 담긴 도너츠와 우유를 들고 매장 안을 한번 둘러본다. 난 창가 자리가 비어 있음을 확인하고, 루즈벨트 역 앞이 가장 잘 내다보이는 그 창가자리에 앉아 도너츠를 한 입 베어문다. 달달한 블루베리맛이 입 안에 가득찬다.
창 밖을 내다보니 바쁘게 역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과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홈리스들 몇몇이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행색이 누가봐도 노숙인으로 보이는 한 젊은 백인 남자가 말을 건다. 깜짝 놀라는 내 모습에 본인도 살짝 놀라하는 눈치다. 하지만 난 그가 내게 말을 걸었을땐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말한다. 정말 미안하지만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것 아니니 안심하라고.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그는 배가 고파서 그러니 도너츠 딱 하나와 음료 하나만 사달라고. 난 잠시의 고민도 없이 그를 데리고 도너츠 진열대로 간다. 그는 계속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난 그에게 도너츠 하나로 허기를 달랠 수 있겠냐고 물으며 두 세개 정도 더 고르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정말 그래도 되겠느냐고 두번이나 묻더니, 가장 맛있어 보이고 가격이 나가는 도너츠를 세개 점원에게 요청한다. 어느새 그는 600mm 펩시콜라도 하나 집어 들었다. 난 도너츠 세개에 음료 하나는 너무 적어보여서 이왕이면 제조 음료도 하나 더 마시라고 했다. 그는 살짝 당황해하며 커다란 메뉴판을 한번 훓어본후 가장 맛있어 보이는 '모카 프라푸치노'도 추가로 주문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난 그에게 이름을 묻는다. 그는 자신을 'Danny'라고 소개한다. 나 역시 내 이름과 왜 시카고에 왔는지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마음안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것이 느껴졌다. 난 그에게 혹시 예수님을 믿느냐고 묻는다. 그는 예수님을 믿는다고 한다.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말을 믿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난 그에게 간단히 예수님에 대해 전한다. 그리고 다시 교회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이야기 해준다. 그의 얼굴 표정에서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는 도너츠가게를 나가기전 마지막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한번 더 건넨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진한 악수를 한다.
-루즈벨트역 앞 'Stan's Donut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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