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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시카고 연가 # 17. 본문
지하철을 타고 시카고 다운타운 북쪽 방향으로 향한다. 난 Red Line의 북쪽 종점인 Howard역에서 내려 그 곳에서 다시 Purple Line으로 환승한 후 Davis라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하철 창 밖으로 보이는 시카고 외곽의 풍경은 17년 전 같은 지하철에서 바라보던 그 풍경과 많이 닮아있다. 그 뜻은 도심 지역은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지만, 교외 지역은 아주 천천히 변화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Northwestern 대학교 캠퍼스를 보기 위해 Davis 역에 하차 후 역사를 빠져나온다. 내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왠지 오래되어 보이기는 하나 어쩐지 정갈해 보이는 전형적인 미국의 옛 구 도심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 사실 내가 가보고 싶고 걸어보고 싶어하는 곳은 사람이 많은 번잡한 대도시가 아닌 한적하지만 고풍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바로 이런 곳이다.
빗 줄기가 조금은 가늘어졌다. 정면에 보이는 한 카페에 들어왔다. 향긋한 커피향이 내 코 끗을 자극한다. 그리고 어제 시카고 도심의 한 카페에서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는다. 손님의 약 90%가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며, 간간이 교수의 느낌이 나는 몇 사람이 커피를 주문하러 들어온다.
학생들은 각자의 노트북으로 페이퍼를 쓰고 있거나 교과서를 읽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 이 풍경, 이 느낌,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정겹다. 그리고 이 분위기가 내겐 너무나 편안하다. 나는 앉을 자리가 있는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것 같다. 난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에 줄을 선다.
-Collective Coffee, Davis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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