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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서울 역사박물관을 가다. 본문
Photo by Kay Im
Boracay, the Philippines
서울의 근대사를 알고싶으면 서울 역사박물관이 답이다.
월요일 오전부터 내린 비는 화요일 밤이 되어셔야 그쳤다. 그리고 오늘은 수요일 아침이다.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라 평소보다는 조금 더 늦잠을 잘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오전 8시 20분쯤 일어나 씻고 편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9시쯤 밖으로 나왔다. 와우! 눈부신 햇살이 우리집이 있는 골목을 환하게 비췄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까지 너무나 완벽한 그림이었다. 이틀동안 내린 비가 더러운 미세먼지와 대기의 오염까지도 깨끗이 씻어버린듯 하다. 덕분에 내 얼굴에는 미소가 절로 지어지며, 기분까지 좋아졌다.
어제밤 잠자리에 들기전, 오늘은 어떻게 하루를 계획해 볼까 하고 구상하던 중 갑자기 광화문이 떠올랐었다. '광화문'. 대학시절 학교에서도 무척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또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연결되는 그 거리에 대한 로망이 있던터라 오늘은 광화문 스타벅스에서 책도 읽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청을 지나 덕수궁 돌담길까지 천천히 걸어 보는것도 괜찮을거라 생각했었다.
집 앞에서 602번 버스에 올랐다. 공휴일 아침 시간이었지만, 버스 안에는 나름 많은 승객들이 있었다. 여느때처럼 책을 읽으며 버스 안에서의 시간을 만끽했다. 어느새 버스는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너무나 깨끗하고 투명한 날씨 덕에 창문 밖으로 멀리 보이는 북한산이 굉장히 선명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한강의 평온함과 파란 하늘의 아름다움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듯 했다. 버스는 서대문을 지나자스피커에서는 "다음역은 서울 역사박물관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나는 여기가 내가 내려야 할 곳임을 직감했다. 물론 계획에는 없던 일정이었다. 그래서 읽던 책을 가방에 집어놓고 서둘러 내릴 준비를 했다.
서울 역사박물관을 관람한 후 바로 다음역인 광화문까지 천천히 걸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서울 역사박물관은 2005년 봄에 처음 와봤던 이후로는 한번도 와 본적이 없다. 그 시간 이후로 약 9년이라는 시간만 흘렀을 뿐인데, 난 마치 어린아이처럼 설레고 흥분이 되었다. 입장료는 별로 비싸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입구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입구에는 '무료입장(Free admission)"이라 적혀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왠지 횡재(?)를 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 역사박물관은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해 있는 도서 서울의 역사를 담은 세계에서 유일한 박물관으로,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서울의 문화와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니 깔끔하고 조용한 로비가 펼쳐져 있었고, 로비 뒤로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었다. 그리고 레스토랑 뒤로 통유리로 된 야외로 연결되는 문이 있었는데, 그 문을 나서니 작지만 너무나 멋진 잔디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박물관 뒤에 위치해 있는 '경희궁'까지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난 이 멋진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휴대폰의 카메라 버튼을 눌러 이 순간을 영상으로 담아 두었다.
다시 로비로 돌아온 후 어떤 전시를 관람할까 망설였다. 서울 역사박물관은 크게 세 개의 전시실로 나뉘어 있었다. 상설 전시실, 기획 전시실 그리고 기증 유물전시실 이렇게 큰 세 개의 전시실이 있었고, 이 외에 몇 가지 부대시설과 체험교실, 문화.교육 프로그램등이 기획되어 있었다. 난 모든 기획 전시물들을 대강 훓어보는것 보다는 하나라도 좀 자세하게 관람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제일 가까이에 있던 기획 전시실로 들어가기로 했다.
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5월 30일부터 7월 13일까지 두 개의 테마를 가진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나는 "안녕!고가도로(Goodbye! Elevated Motorway)"라는 산업화에 접어들던 1960년대에 도시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된 고가도로를 철거하기까지의 역사와 물품들 그리고 시민들의 삶의 애환 같은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였고, 다른 하나는"잘가, 동대문 운동장"이라는 테마로, 지금은 사라진 한 시대에 서울을 대표했던 두 개의 스타디움에 관한 전시였다. 두 전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상징물들이지만 대한민국이 일제치하에 있던 시절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의 서울을 상징하던 대표적 건축물이었음에는 공통점이 있다. 각각의 전시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볼거리들과 전체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과 영상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 대표적 상징물들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우리들의 삶과 함께 해왔는지를 쉽게 배울 수가 있었다. 정말 많은 면에서 도움이 된 유익한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기획전시실을 나와 박물관 입구쪽으로 빠져나왔다.
여전히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눈부셨다. 몇몇 외국인 관광객들이 박물관 앞 광장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고, 가족 단위로 소풍을 나온 젊은 부부들과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도 보였다. 멋진 날씨 덕택에 이들의 박물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충 더 즐겁고 멋진 시간이기를 바라며, 나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2014년 6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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