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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을 걷다. 본문

Life Sketch

경리단길을 걷다.

Kay Im 2017. 11. 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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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ay Im

Antigua, Guatemala




'경리단길​'이라...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이 길의 이름을 내가 처음 들은것은 작년에 내가 가르치던 한 학생을 통해서였다. 주말에 무얼 할 계획이냐는 나의 물음에 친구와 함께 경리단길에 갈거라 대답했던 그 대화에서 처음 들었던걸로 기억한다. 경리단길. 뭐랄까, 그 이름이 익숙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름이 갖는 의미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분명 그 이름이 갖는 의미가 있을텐데 하는 생각은 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궁금하지는 않았었다. 단지 그 길이 이태원 근처 어디쯤 위치해 있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얼마전 그 지역에 대한 특별 취재를 한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게되었는데, 좁다란 골목 사이사이 이국적인 까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독특한 맛집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바로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이었다.

오늘 난 경리단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내려 남산타워 방면으로 약 100미터 가량 걸어 내려가니 다른 지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독특한 이름의 간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멕시칸 음식, 중동 음식, 그리스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식당들이었다. 츄러스(스페인식 튀김 도너츠류의 간식거리)로 유명세를 탄 츄러스집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한 커피집이 양쪽 코너에 자리잡고, 그 사이로 본격적인 경리단길이 시작이 되는데, 길이라 하기엔 승용차 두 대가 나란히 거의 지나갈 수 있을만한 골목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법한 길이었다. 양쪽 좌우로 방송에서 보던 그리고 몇몇 유명한 블로그에서 보던 독특한 맛집과 까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천천히 주변들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이 곳이 발디딜틈 없이 붐빈다던데, 오전 11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월요일 오전시간의 이 곳은 꽤나 한산했다. 그래서 난 더 여유로게 이 곳을 걸으며 이곳만이 가잔 매력을 느낄 수가 있지 않았을까.

골목을 따라 계속 걸어올라가니, 주택가가 이어져 나오고 가파른 언덕이 시작됐다. 마치 등산을 하는 기분으로 끝까지 걸어 올라가니, 어느새 맞은편에는 남산 타워가 보이고 그 옆으로 서울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이런곳에 동네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런 높은 곳에 그것도 경사가 굉장히 가파른 곳에 집들이 지어져 있다는것이 더 놀라웠다.​

난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오지 않고, 그냥 발걸음이 이끄는 전혀 새로운 길로 걷기 시작했다. 처음와보는 동네였지만 낯선듯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발걸음이 이끄는대로 걷다보니 어느새 이태원역 앞에 위치한 해밀턴호텔에 다다랐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내린뒤 맑게 개인 하늘이 기분까지 맑게했다.​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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