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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일상

배움에는 역시 나이가 없다

Kay Im 2025. 5. 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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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전시간,

난 집에서 읽을 책 몇 권을 대출하기 위해 집 바로 앞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에 갔다. 읽을 만한 책이 무엇이 있나 천천히 서가를 돌며 책의 제목들을 살펴보며 반대편 서가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길때였다.

 

바로 그때였다. 난 내 시야에 들어온 한 장면에 걸음을 멈추고 잠시 넋을 잃고 말았다. 내 눈을 사로잡은 광경은 백발의 한 어르신이 책상에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그냥 앉아 계신것이 아닌 고도의 집중력으로 공부를 하고 계신 모습이었다.

 

책상 위에는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중급영어회화 교재가 펼쳐져 있었으며 왼편에는 세월의 흐름을 느낄수 있을 만큼 오래되어 보이는, 그래서 요즘 세대는 잘 사용하지도 않는 영어사전이 펼쳐져 있었다. 얼마나 밑줄을 그었는지 영어사전에도 온통 메모가 가득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모나미 볼펜을 꼭 쥔채 아주 오래된 공책 위에 무언가를 반복해서 계속 쓰고 계셨다. 놀라운것은 공책의 종이가 온통 검게 되어 흰색 여백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빽빽하게 적고 계셨다는 것이다.

 

사실, 이 어르신의 정확한 나이는 가늠하기가 어려웠지만 한 눈에 봐도 70세는 족히 넘어 보이셨다. 게다가 입고 계신 옷에서 풍기는 행색은 인생의 우여곡절을 꽤나 많이 겪으신듯 했다. 물론 외모로 그 분을 판단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풍기는 그 분의 모습에서 그렇게 많이 배우시거나 여유있게 살아온 모습은 아닌듯 보였다. 물론 나의 추측이 맞지 않을수도 있다. 다만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그 분의 모습은 내가 그렇게 추측을해도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을 모습이었다. 

 

난 그 자리에 서서  그 어르신이 공부하시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으시고 영어방송을 듣고 계신것 같았으며 모르는 단어들을 사전에서 일일이 찾아가며 온 힘을 다해 공부하고 계셨다. 그 순간 수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이 분은 왜 이 나이에 영어공부를 하고 계실까.'

 

물론 외국어를 배우는데에는 나이가 없다. 8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보통의 어르신들이 산책을 다니고 바둑을 두시고 몸을 쉬는 일에 몰두하실때 왜 굳이 공공도서관까지 오셔서 공부를 하고 계실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도 한 눈에 봐도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계시는 모습으로 말이다.

 

넋이 나간 모습으로 그 어르신을 바라보며 난 좀처럼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사람마다 공부를 하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온 힘을 다해 말 그대로 미친듯이 영어공부를 하는 모습에서 순간 나는 그 분께 존경심이 들었다. 나는 저렇게 절실함으로 공부를 아니, 어떤일에 몰두하는지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백발의 어르신께서 필사적인 모습으로 영어를 학습하시는 모습은 근래들어 내가 본 가장 신선한 충격과 동시에 존경심 마저 드는 광경이었다. 나는, 더 나아가 우리는 저 어르신처럼 필사적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지 한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난 그 분의 공부하는 모습을 더 오래 바라보고자 일부러 뒷걸음으로 자료실을 빠져나왔다.

 

'책에서 길을 찾고자 도서관에 왔는데, 오늘 난 그 어르신을 보며 길을 찾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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