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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9. 손편지의 미학 본문
요즘 젊은 세대들은 손편지를 잘 쓰지 않는 듯 하다. 중,고등학생들뿐 아니라 2,30대 젊은이들조차도 손편지를 쓴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10대 아이들에게 '혹시 편지 쓰니?'라고 물으면 피식 웃기만 한다. 그 웃음의 의미는 굳이 들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사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90년대만 하더라도 편지를 주고 받는 일들은 꽤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나의 윗 세대들은 편지라는 매개체가 서로를 지속적으로 연결해주는 지금의 휴대전화같은 존재였다.
요즘은 문구점이나 팬시점에 가 봐도 다양한 편지지가 진열되어 있는것을 보기가 어렵다. 과거 내가 학교를 다닐때만해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참 예쁘고 다양한 편지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은 편지지를 만드는 회사들이 많이들 사라지고 그나마 남아있는 회사들 마저 비용절감을 위해 선택사항을 줄이는 듯 하다.
세상이 점차 바뀌면서 아날로그는 디지털화 되어가며, 느림은 빠름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속에서 어느새 손편지는 옛 세대가 한때 사용하던 구 시대의 유물처럼 취급되어져 간다.
학창시절,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손편지를 자주 쓰곤 했었다. 보통의 남학생들은 손편지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깨끗한 편지지 위에 예쁜 글씨체로 편지를 써내려가는 그 순간이 좋았다. 받는 상대방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편지는 분명 받는 사람에게도 '설레임의 순간'을 주지만, 보내는 사람에게도 역시 '설레임의 순간'을 준다. 받는 사람에게는 편지 봉투를 뜯기전 그 안에 담겨진 편지의 내용을 기대케하는 설레임을 갖게 한다. 그리고 보내는 사람에게는 편지를 상대방의 손에 건넬때의 기쁨과 행복감을 갖게 한다.
편지는 보내는 사람의 마음 그 자체다. 받는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라면 아마 그 의미가 더 클 것이다. 나이가 들고 중년이 되어보니 가끔은 잊고 지냈던 학창시절의 수 많은 편지들이 생각이 난다. 오래전, 지금은 다 버리고 없는 수 많은 예쁜 편지들이 생각이 날때가 있다. 지금은 그 편지들 안에 담긴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지만, 가끔은 그 편지를 썼던 상대방이 어떤 마음으로 한줄 한줄 써내려갔을지 왠지 궁금하기도 하다.
만약 그 편지들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중년이 된 나는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는 요즘, 때로는 그대로 머물러있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누군가는 오래된 구시대의 것들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설렘이며 간직하고픈 아름다움일지 모른다. 그리고 편지에는 밤을 지새우며 한 글귀, 한 글귀를 써내려가다 지우다를 반복하는 쓰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문구점에 들러 예쁜 편지지를 사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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