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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내가 지금 앉아 있는 시애틀행 비행기는 시카고에서 내슈빌로 가는 비행기보다는 기내가 훨씬 더 넓다. 기내의 부대시설도 새 것으로 구성되어 있어 훨씬 쾌적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내선 항공기라 그런줄은 모르겠지만, 좌석에 개인용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약 4시간 30분의 비행시간 동안의 무료함을 달래줄 수단인 영화나 음악이 없다는 것은 기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승객들은 대부분 잠을 청하거나 대화를 나눈다. 간혹 모바일폰을 쳐다보는 승객도 눈에 띈다. 난 가방에서 책 한 권과 작은 메모장 하나를 꺼낸다. 잠도 좋지만 지금 나에게 잠보다 더 중요한건 '시간'이다.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소중한 시간. 이 소중한 시간에 제한시간이 있기 때문에 ..
'내슈빌에 머무를 시간이 며칠만 더 있었더라면...' 한 도시에 머무르며 많은 것들을 경험하기에 이틀이라는 시간은 사실 너무나 적다. 며칠 더 머무를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면 조금 더 많은 곳들을 둘러보고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어떤 여행에서든 어느정도의 아쉬움은 늘 있는 법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위로한다. 중요한건 어느 곳을 여행하건 그곳에서 좋았던 기억만을 가져가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돌아갈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 내슈빌에서 보낸 이틀,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하루하고 반나절은 나에게 좋은 기억만을 안겨다 주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이 좋은 기억들을 잘 간직하는 것, 그 뿐이다. -내슈빌 국제공항 B 11 게이트 앞에..
휴대폰의 진동소리가 느껴진다. 전날 잠들기 전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고 있는것이다. 오전 6시 5분이다. 일어날 시간이다. 대략 6시간 남짓 잠을 잤다. 사실 전날의 피로를 생각하면 두어시간 더 자는게 맞지만 시애틀행 비행기 출발시간이 오전 9시임을 고려하면 더 이상의 양보는 사치다. 아침 출근시간의 교통상황을 생각하면 6시 50분에는 집을 나서야 충분히 여유가 있다. 마지막 만남이 섭섭하지 않게 '코비'도 우리와 함께 동승한다. 창문을 열고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코비는 모든것이 재미있고 신기하듯 이 시간을 즐긴다. 창밖으로 얼굴을 반쯤 배어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즐거워하는 '코비'의 모습에서 동물도 사람처럼 자신이 즐거워하는 무언가가 있구나를 깨닫게 된다. 출근시간임에도 내슈빌 국제공항까지 ..
인연이랑 참 신기하다. 아주 오래전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동갑이라는 이유로 친구가 되었으나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헤어지게 된 인연을 18년만에 '내슈빌'이라는 도시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저녁식사까지 하며 다 함께 유쾌한 옛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거의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내가 기억하는 H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는 세월의 흐름으로 눈가에 주름만 살짝 늘었을뿐 그 얼굴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난날들의 유쾌한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나가며 많이 웃고 떠들었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우리를 다시 18년전 그 도시에서 처음 만났던때로 돌려 놓았다. 살면서 문득 문득 그는 미국 어느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가 궁금했었다. 그러나, 실..
스테이크를 굽는 냄새가 뒷 마당 전체에 가득 퍼진다. 스테이크를 구울때만 나는 그 냄새가 내 식욕을 자극한다. 전날 Whole Food에서 사온 그 쇠고기는 우리나라의 쇠고기보다 저렴하고 고기의 품질과 크기에서도 단연 최고다. 형님께서 구워주시는 스테이크의 맛은 한국에서 먹던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미국이라는 곳에 왔기 때문에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건지 아니면 미국 쇠고기의 맛이 누가 구워도 맛이 나는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건 지금 내가 맛보고 있는 이 스테이크의 맛은 단연 최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점심을 거하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식사가 이렇게 맛있는 것은 단지 소고기의 품질이 좋아서만은 아닌듯 싶다. 난 오늘 생애 최고의 스테이크를 맛 보았다. -내슈빌에서의 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