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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눈을 떠보니 아침 8시 30분이다. 전날 새벽부터 시카고에서 내슈빌로 이동했던 탓인지 밤 10시 30분경 소파에서 단 15분만 눈을 붙이려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씻지도 않고 양치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입고 있었던 옷 그대로 곯아 떨어져 버린 것이다. 밤새 꿈을 꾸었던 듯 하다. 그것도 그다지 반가운 내용의 꿈은 아니었다. 꿈에서 깨어보니 희미한 불 빛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램프가 밤새 켜있었다. 손을 여기저기 더듬어 휴대폰을 찾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4시 28분이었다. 그때서야 내가 어제 입고 있었던 옷차림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는 사실이 생각이 났다. 양말도 신은채 그대로.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온 후 다시 눈을 붙이려 소파에 누웠다. 그러..
Franklin은 내슈빌 남서쪽 suburb(교외)에 위치한 도시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 옆 분당같은 수도권 도시인 셈이다. 이 도시는 유색인종 보다는 백인 중산층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인지 도시가 상당히 깨끗하고 조용하며 일부 지역은 한 눈에 봐도 고풍스런 저택들이 모여있기도 하다. 늦은 오전, 아니 거의 점심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한 시간. 이 작은 도시의 다운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을 안고 집을 나선다. 날씨는 이보다 더 아름다울수 없을 만큼 화창하다. 다운타운 중심가의 한 교회 옆 도로에 주차를 한다. 딱 봐도 역사가 오래된 전통이 느껴지는 교회 건물이다. 우리는 중심가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다운타운은 평일 낮 시간임에도 비교적 많은 차량들과 점심식사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Publix'. 테네시주에서는 나름 유명한 체인형 마트인듯 하다. Walmart가 미국 전역에 있다면 'Publix'는 남부의 일부 주에만 있는 대형 마트인것 같다. 근처의 한 Asian Fusion 음식점에서 다같이 근사한 식사를 끝내고 같은 근처에 위치해 있는 이 마트에 몇 몇 식료품들을 사러 들어선다. 미국에서 경험하는 많은 것들이 예전의 나의 좋은 기억들을 일깨우듯, 이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역시 오래전 필라델피아에 있을때 종종 가던 'Giant' 마트가 생각이 났다. 마트에 무슨 '향'이 있겠냐마는 나에겐 마트에 들어설때마다 내 코를 자극하는 그 어떤 '향'이 느껴진다. 그건 어떤 야채나 과일 냄새도 아니고 빵 굽는 냄새도 아닌 마트의 모든 상품들에서 배어나오는 향의 집합체일 것이다. 카..
'코비(Kobe)'이제 3살이 된 말티즈 종의 강아지 이름이다. 원래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어릴때는 길에서 사이즈가 큰 개를 만나면 눈을 마주치지 않고 다른 길로 돌아가곤 했다. 처음 나를 만난 이 녀석은 내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짝 탐색전을 갖다가 내가 자신을 해칠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는지 곧 얌전해진다. 사실 코비보다 더 놀랐던건 나였을지 모른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분명 이 녀석과 마주해야 하고 좋든 싫든 이틀간은 이 녀석과 함께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이 녀석과 마주하면 어떤 행동을 해야하나,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나를 물지 않을까를 계속 고민했다. 코비는 사람을 절대 물지 않는다는 것을 형님을 통해 들었기에 그 부분은 안심이 되었지..
내슈빌의 하늘은 영롱하고 너무나 맑다. 마치 블루빛 에메랄드를 보는 것처럼. 아주 오래전 필라델피아에서 보던 그 하늘처럼 그리고 오클라호마에서 느끼던 그 도시의 풍경처럼, 내슈빌은 나에게 그 곳에서의 옛 기억들을 생각나게 한다. 소중한 물건을 고이 간직해 두었던 상자에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듯 그렇게 말이다. 차는 도심을 빠져나와 어느새 교외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나를 둘러싼 푸른 잔디와 나무들은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참 평화롭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감정이다. -Franklin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