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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종로 스케치 본문
Photo by Kay Im
Seoul, Korea
구름이 파란 하늘을 가린, 햇살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우중충한 오후다.
난 높게 솟아오른 종로의 빌딩 숲 사이를 걷는다. 수 많은 고층건물들 사이로 한 건물앞에 조성된 분수대가 보이고 그 분수대 주변으로 예쁘게 핀 꽃들이 있는 화단이 보인다. 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화단에 걸터앉아 월요일 오후를 보낸다. McDonald's에서 테이크아웃해 가져온 BigMac을 먹으며 월요일 오후 종로의 풍경을 감상한다.
오후 12시 40분. 정장차림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식사를 하러 나온듯 음식점을 향해 바삐 걸어가는듯 하다. 그 옆으로 한 손에는 지도를, 어깨에는 배낭을 멘 누가봐도 외국에서 온 여행자라고 생각할 만한 사람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리고 교복을 입은 중, 고등학생 무리들이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분주하게 달리는 많은 자동차들, 앞만 보고 어디론가 바삐 걷는 사람들, 시원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판매 실적을 올리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예전에 걸었던 종로의 느낌과는 사뭇 달라진 조금은 현대화되고 상업화된 이 느낌 그리고 정서. 어쩌면 아마도 시간의 흐름에서 비롯된 내 감정의 변화겠지 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그러나 월요일 오후의 종로는 참 다양한 모습들 속에 그 풍경들을 이어가고 있다.
1시가 넘어가니 막 점심식사를 끝낸 직장인들이 슬슬 하나 둘씩 각자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듯 보인다.
무심코 고개를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내 바로 옆에는 20대로 보이는 한 청년이 나와 똑같이 McDonald's의 빅맥을 먹으며 앉아있다. 우연치고는 참 신기하다. 더 신기한건 그도 나와 똑같은 백팩을 메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같은 가방을 메고 같은 햄버거를 먹으며 앉아 있는 것이 어쩌면 재미있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각기 다른 모양과 모습의 다양성을 가진 수 많은 사람들 속에 이렇게 같은 모습을 한 두 젊은 남자가 분수대 옆에 나란히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는 모습은 내가 봐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닌듯 하다. 종로에서 경험하는 참 유쾌한 풍경이다.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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