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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기

#25. 아이들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Kay Im 2025. 9. 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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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어떤것에 있어 처음은 쉽지않다. 특히 그것이 처음 살아보는 나라에서 새로운 학교를 가는것이면 더욱그럴것이다. 아이에게 있어 처음 가보는 학교, 처음 만나는 선생님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친구들은 언제나 긴장감을 준다. 한국에서라면 전학을 가더라도, 교육환경이 비슷할 것이고, 관계를 맺는 선생님들과 반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한국인이기에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적응할 것이다. 하지만, 다인종, 다민족이 함께 어우러 사는 캐나다 땅에서는 다른 이야기일지 모른다. 

 

캐나다에서 큰 아이는 8학년, 작은 아이는 4학년으로 시작을 하게되었다. 한국에서 에셀이는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라엘이는 초등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캐나다로 왔다. 사실 1학기를 완전히 마친건 아니었고 1학기의 거의 마지막즈음인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몇 주 전까지만 수업을 듣고 중간에 학교를 나오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해외로 이주하는 과정 역시 내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많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 소모가 있었다. 하여튼, 캐나다에서는 가을학기가 첫학기이니만큼 그에 맞춰 두 아이는 한 학년씩을 건너뛰고 각각 8학년, 4학년으로 시작을 하게 된것이다. 초등학생인 라엘이는 별다른 레벨테스트가 없이 9월 2일에 첫 등교를 하게되었고, 중학생인 에셀이는 영어 레벨테스트 결과 후 반 배정이 되었기에 다음날인 9월 3일에 첫 등교를 하게되었다. 

 

어느 부모가 다 그렇듯 아이의 첫 시작에는 관심이 많다. 새로운 학년에 올라가도 새 담임선생님과 반 아이들에 대해 묻고, 새로운 학원에 등록을 해도 학원의 분위기나 퀄러티를 물어보게 마련이다. 그런데, 새로운 나라에서 그것도 처음 다니게 된 학교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한것이 많은건 당연한 일이 아닐수 없다. 둘째 아이가 첫 등교후 하교를 한 후 아빠인 나는 첫 수업이 어땠는지부터 시작해 담임선생님, 반친구들, 그리고 학교의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마치 참새마냥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영어 학원도 다니고, 영어 방과후 수업도 했었지만 라엘이는 사실 영어를 거의 모른다.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다. 스펠링을 쓸 줄도 모르고, 파닉스(phonics)도 배웠다고 했지만, 실제적으로 단어를 읽을줄도 몰랐다. 그러니 영어로 수업을 하는 이 나라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이해한다는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아빠로서 그런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이 아이가 하루의 수업을 과연 어떻게 버텼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었다. 

 

오후 3시가 조금 못 된 시간, 아이들을 픽업하려는 수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이 나라는 교실문이 실내와 실외로 각각 연결이 되는 구조로 되어있어 등,하교를 외부의 교실문을 통해 한다.) 곧이어 3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교실문들이 일괄적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 많은 아이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 아이가 어떤 첫 날을 보냈을까를 궁금해하며 라엘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흥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부모 없이 약 6시간을 낯선 곳에서 잘 보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고, 또 한편으로는 아이의 얼굴이 보고 싶기도 했던것 같다. 

 

라엘이는 아빠를 보자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며 달려와 안겼다. 한국에 있을때도 하교시간에 자신을 기다리는 아빠를 보면 저 멀리서부터 달려와 아빠한테 꼭 안겼던 아이였기에 여기서도 라엘이는 내게 한 품에 안겼다. 아이의 환한 얼굴을 보니 내가 우려하거나 조바심을 냈던 걱정거리들은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라엘아, 오늘 첫 수업은 어땠어?" 내가 물었다.

 

   "재미있었어." 라엘이가 대답을 했다.

 

단순히 '재밌었다' 라는 한 마디였지만, 부모로서 그 한 마디를 듣는순간 내 마음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단순히 '기쁘다'의 이상이었다. 이 아이에게 캐나다라는 나라에서 마주한 첫 학교의 낯선 환경은 분명 어느정도의 긴장감은 주었을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수업이 재미있었다고 하는건 아이가 이 낯선 환경 조차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했다는 뜻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해석을 했다. 난 담임선생님은 어땠는지, 반 친구들은 어땠는지, 점심식사는 맛있었는지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엘이는 약간은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수업시간에는 그림을 그리고, 밖에 나가 노는 시간에는 놀이터에 가서 놀았고, 다시 돌아와서 또 그림을 그렸어."

 

난 왜 라엘이가 첫 수업이 재미있었다고 했는지가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한국에서처럼 통제된 환경 안에서 각각의 교과목들을 배우는 시스템이 아닌, 무언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며, 야외활동 시간에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좋았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캐나다에서 초등학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타이트한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하는것이 라엘이의 말을 들으니 더 이해가 되었다. 아무렴 어떤가. 처음 마주하는 낯선 환경에서 기죽지 않고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라엘이가 그저 기특하게 생각되었다. 다음날 첫 등교를 했었던 큰 아이 에셀이도 첫 날 수업들이 다 재미있었다고 했다. 캐나다로 오기전 캐나다에 안가면 안되느냐고 했던 그 아이의 입에서 캐나다의 학교 수업이 즐거웠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부모로서 내린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한 주의 수업이 끝나고 주말이 찾아왔다. 두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갈 일이 있어 운전을 하던 중 내가 물었다. 캐나다에서 한 주간 학교를 다녀본 소감이 어떤지를. 그러자 두 아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캐나다 학교가 재밌고 행복하다고 한다. 물론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것도 좋지만,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는것이 훨씬 더 좋다고.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덧붙인다. 한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주재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캐나다에 온 한 가정은 아이가 캐나다의 학교에 적응을 잘 하지못하고 자꾸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했다고 한다. 한 가정이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외국으로 나오는 과정 자체가 절대 쉽지 않은데, 오자마자 한국으로 돌아가자는 아이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는 가정도 있다는데, 학교 생활이 너무 즐겁다는 두 아이의 말을 들으면 이 상황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어느날 잠자리에 들기전 둘째 아이와 캐나다에서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였다. 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난 이 나라에서 사는것이 훨씬 좋긴하지만, 어쩔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괜찮아. 하지만, 만약 정말 돌아가야 한다면, 캐나다에서 최대한 오래 살다가 돌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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