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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기

#24. 아이들 학교 등록은 무조건 학교를 찾아가라

Kay Im 2025. 9. 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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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해당 시의 교육청이 모든 교육 행정을 담당하는 상위 기관이다. 물론, 이곳 캐나다 역시 해당 시에서 그 시의 모든 교육 행정을 담당한다. 하지만, 두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은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일괄적으로 각각 6년, 3년, 3년 이렇게 총 12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캐나다는 학년 체계가 시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현재 삵 고있는 버나비(Burnaby)시는 초등학교가 1학년에서 7학년으로 이루어져 있고, 중,고등 통합과정이 8학년부터 12학년까지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바로 옆 도시인 코퀴틀람(Coquitlam)시는 초등학교가 1학년에서 5학년, 중학교가 6학년에서 8학년, 그리고 고등학교가 9학년에서 12학년으로 각각 5년,3년,4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듯 모든 시들은 해당 교육청의 학년체계부터 모든 교육행정을 따른다. 

 

아직 아이들의 학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점점 마음은 초조해져 가고, 이제 곧 있으면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때가 올텐데 하는 불안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것들이 잘 될거라는 믿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 지금, 아빠로서 난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다녀온 버나비(Burnaby)교육청은 문을 닫았었고, 교육청 공무원들은 여름 내내 긴 휴가를 보내며 아직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였다. 자동응답 전화기에 메세지는 두 건이나 남겨두었으나, 8월 19일에 업무복귀후 답변을 주겠다는 자동 메세지만 있을뿐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8월 중순경 유학원을 통해서 아이들 입학에 필요한, 한국에서 준비해 온 모든 서류들은 이미 제출이 되었었다. 그래서 사실 교육청 공무원들이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를 하면 그들의 연락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모든것이 처음인 이 나라의 행정시스템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미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몇몇의 학부모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그들이 하는 말들이 제각각 다르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이들은 교육청에서 연락이 와서 비교적 쉽게 입학이 된 아이들도 있었고, 또 어떤이들은 학교의 제적인원이 다 차서 더 이상의 학생은 받지 않는다며, 학기가 이미 시작이 되었음에도 입학을 하지 못하고 수 개월을 더 기다렸다 입학한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서는 가끔 일어나는 일이라며, 제 학기에 수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그 다음 학기에 입학하는 일도 크게 문제되지 않으니, 혹시 그러더라도 너무 당황하지말라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제 학기에 입학하지 못하고 대기자 명단에 있다가 제적인원에 여유가 생기면 학기 중간에 입학을 하거나 아니면 그 다음학기에 입학을 한다니. 그러면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머물게 되는데, 이건 대한민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다. 

 

난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난 한 가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교육청의 답변만 기다리고 있을것이 아니라, 우리가 구해서 이사를 갈 집의 주소의 반경 약 1km내의 학교들을 서치하여 두 아이들이 모두 도보로 다닐수 있을만한 학교들을 찾기 시작했다. 구글에서 이 학교들을 찾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 아이가 각각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입학을 해야하기에 두 아이의 학교 모두 걸어다닐 수 있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다. 그 동안 수도 없이 알아봤던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를 두고, 한 아이의 학교는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었으나 다른 한 아이는 도보로는 절대 다닐수 없는 거리였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두 아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거리에 집을 구할 확률은 정말 낮았다. 만약 두 아이의 학교를 걸어서 다닐수 있는 집을 찾는다 한들 그 집이 현재 매매를 하거나 매물로 올라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한 달간 말 그대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인터넷의 여러 웹사이트들을 뒤지고, 또한 먼거리를 직접 이동해 부동산 소개업자들을 만나며 그렇게 그렇게 어렵게 집을 구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건 기적이었다. 

 

아직 입주까지는 약 열흘 이상 남아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찌보면 우리가 캐나다로 온 가장 큰 목적인, 아이들의 교육기관이 결정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있다. 구글에서 에셀이와 라엘이가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찾아놓았다. 구글상에서 검색해본 거리도 그만하면 둘 다 걸어다닐수 있을것 같은 거리였다. 큰 아이의 학교는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으나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동네 사이사이 지름길같은 곳으로 걸어다니면 어느정도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것 같았다. 이제 이 아이들의 학교를 직접 찾아가 입학처의 직원을 만나 결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난 입학 관련 서류들을 모두 챙겨 집을 나섰다. 누군가 학교나 교육청에 찾아갈때는 아이들도 함께 데려가는것이 더 좋다고 했기에 난 두 아이들을 모두 데려갔다.

 

일단, 작은 아이가 다닐 수 있을것 같은 학교인 Taylor Park Elementary School을 찾아갔다. 아직 여름방학중이라 학교는 텅 비어있고, 학교 주변은 깨끗하고 조용했다. 학교 옆에 커다란 공원이 있는것이 보였다. 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학교의 현관문을 찾기 시작했다. 한국의 학교처럼 교문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어서 조금 놀랐지만, 현관문으로 보이는 곳으로 다가가 무작정 문을 밀었다. 방학중이라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혹시라도 초인종같이 생긴 것이 있는지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런것은 없었고, 난 이곳까지 멀리 왔는데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갈까봐 걱정부터 앞섰다. 아이들도 아빠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것을 보고는 무언가 도울것이 없는지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난 유리문을 통해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때 마침, 직원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나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문을 열어주었다. 아직 아무런 절차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문이 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너무나 기뻤다.

 

직원으로 보이는 한 여자분께서 나를 보고 어떻게 왔는지를 물었다. 난 아이들 학교 입학때문에 직접 찾아왔다고 말씀을 드리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며 교장선생님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대답했다. '교장 선생님을 만난다고?' 행정직원을 만나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려 했는데, 교장 선생님을 만날수 있다고 하니 난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리고는 그 순간 무언가 일이 잘 풀릴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것이 느껴졌다. 행정실 안으로 들어가니 한 남자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것이 보였다. 아마도 새 학기 개학전 이것저것을 세팅하고 있는듯 보였다. 난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교장 선생님이 나오시기를 기다렸다.

 

몇 초가 채 되지않아 키가 크시고 인상이 좋아보이는 한 여자분께서 나오시며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자신을 교장선생님이라고 소개한 그 여자분은 어린 두 아이들과 아빠가 학교에 직접 찾아온것을 보시고는 대강 눈치는 채고 계신듯 했다. 난 사실 교장선생님은 당연히 남성일거라 생각한 내 선입관에 내가 얼마나 좁게 사고를 했는지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난 교장선생님께 둘째 아이의 입학서류를 이미 교육청에 보낸 상태이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어 이렇게 직접 학교로 찾아오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나는 그녀로부터 현재 입학을 담당하는 행정직원이 아직 휴가중이라 다음주에 출근을 해야 그때 확인을 하고 알려줄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다음주에 다시 연락을 준다고 했다. 순간, 먼곳까지 온 수고한 보람이 혹시라도 헛수고가 되는건 아닌가 점점 염려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녀는 둘째 아이의 이름을 물었다. 난 포스트잇에 라엘이의 영문이름을 적어 그녀에게 건넸다.

 

교장선생님은 갑자기 잠시만 기다려보라며 교장실로 들어가셨다. 난 의자에 앉아 약간은 긴장한 상태로 아빠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았다. 약 1분쯤 흘렀을까. 교장선생님께서 미소를 짓는 얼굴로 나오시며, 말했다.

 

   "방금 확인해보니 라엘이의 이름이 이번 학기 새 학생 명단에 있네요." 

 

난 내가 잘못 들은것이 아닌지, 그녀에게 재차 물었다.

 

   "라엘이의 이름이 명단에 있다는 말씀이신거죠?"

 

그녀는 그렇다고 말했다. 원래는 행정직원이 확인하고 알려주어야 하는것이 맞지만, 일단 본인이 아이의 이름이 있는지 확인한 결과 라엘이의 이름이 있는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 순간 난 얼마나 기뻤는지, 얼마나 흥분이 되었는지 정말 날아갈것만 같았다. 단지 아이의 이름이 이 학교 입학명단에 있다는것 뿐이었는데 아빠로서 그게 얼마나 기쁜소식이었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내 환한 미소를 보고 교장선생님 역시 기쁘셨는지 걱정말고 돌아가라고 하셨다. 교장선생님과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모르고있던 작은 아이에게 다음주부터 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난 이야기했다. 그리고 사무실을 나오기 전 난 그녀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You saved my life."

 

이제 큰 아이의 학교만 해결이 되면 된다. 우린 초등학교를 빠져나와 곧바로 큰 아이가 다닐것 같은 학교로 이동을 했다. 큰 아이가 다닐것 같은 학교는 Bryne Creek Community School로 이 학교 역시 여름방학중이라 학교는 몇몇 행정직원들만 일을 하고 있었다. 행정실로 들어서며, 난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집에서 가까운 이 학교로 꼭 배정이 되게 해달라고. 그리고는 행정실로 보이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난 출입문 바로 앞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한 여자 직원분에게 큰 아이를 소개하며 입학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말씀드렸다. 관련 서류들은 이미 다 교육청에 보내놓은 상태고 아직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해 직접 찾아오게 되었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녀는 교육청에서 새로 입학할 학생들의 서류들이 아직 넘어오지 않은 상태라 아마도 다음주까지는 기다려야할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에게 큰 아이가 입학하기에 별 문제가 없을테니 편하게 돌아가도 될거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다음주에 내 번호로 따로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 순간, 작은 아이에 이어 큰 아이 역시 입학이 결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에 난 너무나 기쁘고 흥분되었다. 교육청 답변만 기다릴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다닐 학교로 직접 찾아오기를 너무 잘했다는 것에 내 스스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교를 나오며 우리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에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 출입문을 빠져나오니 햇살이 너무나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앞으로 이 두 아이들이 지금의 햇살처럼 빛나는 인생을 살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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