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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기

#39. 밴쿠버의 두 얼굴

Kay Im 2026. 8. 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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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캐나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침엽수림과 에메랄드 빛 호수, 미세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공기, 그리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토가 넓은 나라일것이다. 맞다. 캐나다는 후손들에게 파괴되지 않은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 자연을 보존하는데 애쓰는 국가이며, 곳곳에 넓고 푸른 공원들과 호수들이 많아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인지 서울에서처럼 바쁜 삶과 복잡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캐나다에서의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좋아한다. 그러나, 캐나다에 이러한 여유로운 삶만 존재하는건 아니다.

 

한국을 떠나기 전, 막연하게 그려봤던 밴쿠버의 모습은 지금 내가 이야기한 모습도 분명 존재하지만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젊은 시절, 여행으로만 세 차례 와 보았던 캐나다, 특히 토론토와 몬트리올은 이 나라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기엔 머물렀던 시간이 짧았었다. 약 한 달간 머물렀었던 '코퀴틀람(City of Coquitlam)' 시에서는 모든 것들이 평온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웠기에 밴쿠버의 또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알기는 어려웠다. 물론 전 세계 어느나라를 가든 여행자나 이민자가 미치 보지못한 다른 면들을 보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밴쿠버에 온지 약 3주쯤 지났을 때이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배로 부쳤던 6개의 짐 상자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밴쿠버 다운타운으로 짐을 받으러 가야할 일이 생겼다. 밴쿠버에는 온지 3주가 넘었지만, 주변만 돌아다녔을뿐 밴쿠버다운타운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었다. 다운타운에 가기 전, 머물렀던 숙소의 주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경험삼아 아이들과 함께 다운타운에 가보려 한다고 하자 그녀는 다운타운까지 가는 길에 Hastings라는 거리가 있는데 정작 본인은 아이를 데리고는 그 동네를 가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고 물은 내 질문에 그녀는 아이들에게 교육상 좋지 않아서라고 대답했다. 난 구체적으로 어떤면이 교육상 좋지 않느냐고 굳이 묻지는 않았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아내와 함께 다운타운으로 갔다. 처음 달리는 다운타운까지 연결된 고속도로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량들이 달리고 있어서 이곳이 서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로컬 도로로 접어들고 네비게이션에는 목적지까지 약 5킬로미터 정도 남았다는 안내가 떴다. 차는 천천히 주거지역을 벗어나 상업지구로 보이는 동네로 접어들었는데, 그때부터 동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코퀴틀람과 같은 느낌이 아닌, 어딘가모르게 지저분하고, 뉴욕 할렘가와 비슷한 분위기의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 사람들. 그들은 한 눈에 봐도 노숙자였다. 그러나, 단순히 집이 없어 밖에서 사는 노숙자들이 아닌 마약에 중독되어있는 마약중독자이면서 동시에 노숙자들이었다.

 

아마도 지금은 한국의 대다수의 사람들도 익히 들어서 알겠지만, 미국 필라델피아의 켄싱턴이라는 동네는 펜타닐에 중독이 되어 거리에서 마치 좀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사는 마약중독자들로 가득하다. 몸이 180도로 접혀진 채로 길거리에 몸을 움직이지 않은채 그대로 몇시간이든 서있는 사람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대로변에서 누구도 신경쓰지 않은채 마약을 하는 사람들, 창피한줄도 모른채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하고 그리고 그 자리에서 누워 자는 사람들. 먹을 것을 충분히 먹지못한채 마약에만 의존하다보니 기본적으로 몸은 다 말라있고, 얼굴은 영양실조에 걸린듯한 몰골을 하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이라는 동네가 북미에서 가장 심각한 마약 지역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난 오래전 필라델피아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물론 이 동네에 직접적으로 가본적은 없지만 그 주변지역은 차를 타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펜타닐으로 악명 높은 미국의 켄싱턴과 밴쿠버의 Hastings거리를 한번 비교해 보고 싶다. 차는 어느새 목적지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고, 내가 Hastings거리의 초입에서 보았던 광경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것을 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운전을 하며 계속해서 좌우로 펼쳐져 있는 길과 그 사이사이에 있는 음침한 골목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사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 곳이 과연 내가 알고있는 그 캐나다가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로 내가 지금 마주한 밴쿠버 다운타운의 풍경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거리에는 옷이 벗겨진 채 좀비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채 그대로 서있는 마약중독자들, 길가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듯 했지만, 두 눈은 그대로 뜬 상태로 마치 눈을 뜨고 죽어있는 시체처럼 보이는 노숙자들, 주변의 상점에서 생필품들을 가방에 한 가득 담아 훔치고 달아다는 마약 중독자들, 거리 곳곳에는 지린내와 오랜 기간 씻지 않아 풍기는 악취들이 가득했다. 안전한 생활이 보장되지 않다보니 다친곳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괴사된 발이나 다리를 그대로 방치한 채 살아가는 마약 중독자들도 있었는데, 그 사람들의 숫자가 수 천명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거리의 90%이상은 전부 마약 중독자이면서 동시에 노숙자들이었다.

 

배는 고프지만 허기를 채우기 보다는 마약으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겨울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약으로 연명하고, 더운 여름에는 더위를 잊기 위해 계속해서 마약을 투약했다. 지하철역 입구 앞에도 먹을 것이나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 노숙자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돈을 주면 십중팔구는 다시 마약을 구하는데 쓰는것 같다. 내가 지금 마주한 현실은 불과 30분전 내가 출발해 떠나온 동네와는 180도 다른 풍경이다. 그리고는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필라델피아의 켄싱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는 않다고. 사실이 그랬다. 과장이 아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은 내가 알고 있는 캐나다가 아니었다. 이건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이 현실과 마주한다면 그렇게 느꼈을거라고 생각한다. 

 

도심에 위치한 사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짐을 찾으러 가는 목적지까지 약 5분을 걷기 시작했다. 조금전 보았던 그 거리의 풍경보다는 조금 나아 보였지만, 거리와 골목 곳곳에는 여전히 마약에 찌들어 본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인지하지 못한채 비틀거리거나, 마치 마네킹처럼 몸으 반으로 접은채 그대로 서있는 중독자들이 보였다. 한 남자 중독자는 마치 폴더폰처럼 몸을 180로 접은채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와 인도 경계에 서있었는데 머리는 차도에 나와있고 몸만 인도에 있던터라 자칫 잘못하면 달리는 차에 머리를 치여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을것 같은 상황도 보였다. 그러나 참으로 아이러니한 점은 마약 중독자들은 그렇게 늘 살아가는데, 그 거리를 지나는 일반 시민들은 그러한 모습들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갈 길을 가는 모습이었다. 이방인인 내가 바라본 그 모습은 실로 큰 충격이었으나 이 심각한 상황들에 대한 어떠한 국가적 조치나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 않은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만 들 뿐이었다. 

 

밴쿠버에 온지 3주가 지나는 시점, 난 아름다운 자연과 깨끗한 공기, 그리고 여유가 있는 삶과는 반대인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빠져 나올 수 없는 늪에 있는 듯한 펜타닐 중독자들과 동시에 노숙자들인 이들의 삶을 본다. 이 가운데 실제적으로 재활을 통해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거의 미비하다고 한다. 대다수는 거리에서 소리도 없이 삶을 마감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운타운에는 하루에도 수 십번 싸이렌을 울리고 출동하는 앰뷸런스를 심심치 않게 본다. 캐나다 정부는 분명 이 안타까운 현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캐나다에 온 이민자인 나로서는 정부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것 같은 느낌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이들도 한때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고, 직장인이었고, 가정에서 소중한 구성원이었을텐데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마약중독자이자 노숙자가 되어버린 모습에서 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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