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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살기

#36. 2월의 비극적 총기난사 사고

Kay Im 2026. 4.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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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금요일 오후 내가 살고있는 British Columbia주의 한 작은 도시에서 캐나다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다. 

 

'캐나다에서도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한다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이웃나라 미국에 비하면 총기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될 정도로 그 정도가 너무 미비하다. 바로 옆나라인 미국은 총기규제에 대해 다른 어느나라에 비해 약하고,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 중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비율이 2025년 기준으로 약 34%가 넘는다고 한다. 물론 주 마다 그 비율은 많이 다르지만, 국민의 3명중 1명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별로는 3분의 1이지만, 가구 기준으로 보면 2집중 1집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이에 비해 캐나다는 총기 규제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다. 우선 기본적으로 총기를 소지하는것은 합법이지만, 총기를 구매하려면 PAL(Possession and Acquisition Licence)이라는 총기소지 면허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보관과 운반 규칙이 따로있어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총기소지의 목적이 '자기방어'에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목적이 '사냥과 스포츠' 중심이다. 게다가 2022년 이후 기존 소지자들은 유지가 가능하지만, 권총을 신규로 구매하거나 수입하는것은 사실상 금지가 되었다.

 

이렇듯 캐나다에서는 총기 구매 및 소지가 매우 까다롭고 실제로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비율은 전체 국민의 5~7%라고 알려져있다. 물론, 이 수치가 결코 낮은 수치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미국에 비하면 훨씬 낮은 편이다. 그리고 이 마저도 대부분 농촌에서 사냥을 목적으로 소지하고 있는 비율이 월등히 높기에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중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실제로 최근 2-30년간의 총기사건 기록을 찾아봐도 거의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총기사건은 캐나다에서는 사실 흔한 사건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2026년 2월 어느날,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닌 가해자를 포함한 9명이 사망하고, 약 27명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말 그대로 '대규모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 텀블러 리지(Tumbler Ridge)는 밴쿠버를 기준으로 북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자동차로 쉬지않고 15시간을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인구 약 2000명이 조금 넘는 작은 마을이다. 이런 작은 마을에서 캐나다 전역을 흔들어 놓은 비극적 총기난사 사고가 일어나니 며칠간 캐나다 뉴스의 대부분을 이 사고가 장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의자는 18세의 Jesse Van Rootselaar라는 생물학적 남성이며, 이미 수 년전에 여성으로 성 정체성을 사회적 전환(Social transition)했다고 알려졌다. 그의 집에서는 여러 정의 장총과 개조된 총기가 발견되었고, 평소 충격적 폭력 컨텐츠에 집착하며 폭력 영상 플랫폼을 사용했다고 한다. 친부와는 이미 오래전 멀어졌으며, 친모와는 여러지역을 이동하며 생활해 왔다고 알려진다. 과거에도 그의 자해시도, 총기류 소지, 정신건강을 이유로 경찰이 여러차례 출동을 한 기록이 있다고 알려진다. 그는 과거 고등학교(Secondary school)를 자퇴했으며 집에서 은둔형 외톨이처럼 지낸것으로 보여진다.

 

사고는 두 군데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다.  먼저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이복동생을 총으로 살해했다. 그리고나서 바로 사고가 일어난 자신이 중퇴했던 학교로 이동해 학교안을 돌아다니며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한것으로 조사되었다. 경찰은 사실상 이를 '아무나 보이면 공격'하는 형태였다고 설명을 했다.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리자 학생들은 교실문을 잠그고 책상으로 바리게이트를 만들어 몇 시간동안 숨어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 용의자는 자신의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채 발견되었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를 포함한 36명이 숨지거나 심각하게 다쳤다. 

 

이번 사건은 2020년 '노바스코샤(Nova Scotia)'주에서 일어난 캐나다 역사상 가장 많은 22명의 사망자를 낸 총기난사 사고 다음으로 기록될 최악의 총기난사 사고다. 이 사고로 캐나다 정부는 며칠간 전국적으로 조기를 게양하고, 총리를 비롯한 여러 국가 지도자들은 애도를 표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고,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캐나다의 모든 초중고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사건에 대해 애도와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유사 상황에 대비한 대응과 안전 대비책을 내놓았다. 

 

미국과는 다르게 총기사고에 있어서 훨씬 안전한 이 나라에서 이러한 비극적 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캐나다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도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바로 옆 나라인 미국은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캐나다에서만큼은 모든 국민들, 특히 다음세대의 주역인 아이들에게 총기사고 청정지역을 물려주어야하지 않을까를 자문해본다. 총기사고가 일어날때만 반짝 목소리를 내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 역시 사고에 대한 애도에서 그치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잊혀지는 이러한 무의미한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총기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정신적으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총기난사 충동이 일고있는 사람이 있을것이고, 또한 누군가는 이 시간에도 불법으로 총기를 구하고 만들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단순히  법과 제도를 만들고 고치는데 있지 않다. 누군가의 생명을 잔인하게 앗아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애초에 사랑과 존중을 받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다. 이것이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접근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개인이 사회의 한 가치있는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정'이라는 텃밭이 있다. 씨앗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토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씨앗은 절대 열매를 맺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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