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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아이러니(Irony) 본문
Photo by Kay Im
Sibuya, Tokyo, Japan
프랑스가 자부하는 세계 최고의 명품(名品)중 하나로 꼽히는 브랜드의 쇼윈도 바로 아래,
노숙자로 보이는 연세가 지긋하신 한 어르신이 어떤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고개를 땅에 묻고 부동자세를 취하고 계신다.
고급 상점들이 즐비해 있는 "시부야"거리의 한 모퉁이에서 만난 한 노숙자 어르신. 쇼윈도 앞을 지나다가 순간 무언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에 사로잡혀,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돌아와 이 장면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어떤 영문에 의해, 어떤 이유에 의해 내가 그 길을 지나는 바로 그 시간에 그 분은 그 자리에 앉아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물론, 그 길을 지나갔던 수 많은 다른 사람들도 그 이유는 알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어떤이들은 그 이유조차 알고싶지 않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다만 그 장면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참 대조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찌보면, 현대적인 부(富)의 한 상징일수도 있는 그 숍을 드나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깨가 축 처진 그 노숙자분의 얼굴을 아마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도 한때는 남들처럼 커다란 포부와 꿈을 가지고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살아가는 건실한 사람이었겠지'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그 자신도 그때는 바로 이 시간 자신이 이 모습을 하고 이 곳에 앉아 있을거라고는 아마 상상하지 못했었겠지.
'어떤 외부적 환경이, 어떤 내부적 요인이 그를 이런 씁쓸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내몰았을까. 왜 하필이면 다른 곳도 아닌, 그 곳이었을까...'
보는 나로 하여금 조금은 쓸쓸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한장의 사진안에 물질의 있음과 없음, 즉 부(富)와 빈(貧)의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아이러니컬한 어색함이 담겨있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 후, 나는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한 장의 영상으로 담긴 이 그림은 내 머릿속에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이 되어, 그 곳을 떠난 뒤에도 자꾸만 떠올랐다. 풍요로움과 풍요롭지 못함의 대조적인 현실에 대해 씁쓸한 마음이 들던 순간이었다.
2008년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