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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1. 계절愛 관하여 본문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있을 것이고, 좋아하는 계절이 있으면 반대로 싫어하는 계절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한 계절들이 있다. 나는 11월이 시작되어 중순으로 가는 그때 그 계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울긋불긋 물들었던 나뭇잎들이 노랗게 변하여 찬 바람과 함게 우수수 떨어지는 그 거리의 분위기가 싫다.
원래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누가 얘기했건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듯하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가을은 고등학생 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계절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고등학교 시절 가을이 나에게 가져다 준 의미는 특별했기에 내 스스로에게 가을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던 듯 싶다. 여하튼, 늦가을에서 겨울의 문턱으로 넘어가는 11월이 가져다주는 풍경은 나로 하여금 왠지 모를 공허함과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지금 내가 가장 좋하하는 계절은 '봄'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봄이라기 보다는 '5월'이라 해야 정확할 것 같다. 가을을 좋아했던 내가 봄으로 돌아선것은,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군에서 전역한 바로 직후 혼자서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던 때이다. 군에서 2년 2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사회로 나오자마자 내가 한 첫번째 일은, 유럽 배낭여행을 위해 혼자서 모든 일정과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던 일이었다.
사실 전역을 하기전 사회로 나와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하던 차에 난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첫번째로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배낭여행이었다. 관광이 아닌 말 그대로 배낭하나 메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는 일종의 떠돌이 여행이었다. 그리고 커다란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떠났던 때가 3월과 4월이니 계절로 치면 초봄에서 완연한 봄으로 넘어가던 때이다.
유럽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근사한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봄에 떠나라고 권할만큼 유럽의 봄은 어떤 언어적 표현만으로는 부족할만큼 매력이 있다. 4월 중순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한국의 봄도 유럽의 그것처럼 매력이 있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45일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그 곳에서 경험한 시간이 세상을 더 멋지고 매력있는 곳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때가 아마도 내가 '봄'이라는 계절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마음에 정해두었던 때였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2월의 중순은 이제 몸을 움츠러들게 했던 한파가 끝나고, 서서히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것 같다. 문득 약 20년전 군에서 사회로 나와 배낭여행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렸던 때가 생각이 난다. 20대 중반 나의 작은 도전을 위해 물리적인 배낭을 꾸렸던 그 때와 마음의 배낭을 꾸려야 하는 지금의 나를 둘러싼 40대 중반의 환경은 분명 다르지만,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떠한 마음의 배낭을 꾸려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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