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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내슈빌에 머무를 시간이 며칠만 더 있었더라면...' 한 도시에 머무르며 많은 것들을 경험하기에 이틀이라는 시간은 사실 너무나 적다. 며칠 더 머무를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면 조금 더 많은 곳들을 둘러보고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어떤 여행에서든 어느정도의 아쉬움은 늘 있는 법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위로한다. 중요한건 어느 곳을 여행하건 그곳에서 좋았던 기억만을 가져가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돌아갈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 내슈빌에서 보낸 이틀,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하루하고 반나절은 나에게 좋은 기억만을 안겨다 주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이 좋은 기억들을 잘 간직하는 것, 그 뿐이다. -내슈빌 국제공항 B 11 게이트 앞에..
휴대폰의 진동소리가 느껴진다. 전날 잠들기 전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고 있는것이다. 오전 6시 5분이다. 일어날 시간이다. 대략 6시간 남짓 잠을 잤다. 사실 전날의 피로를 생각하면 두어시간 더 자는게 맞지만 시애틀행 비행기 출발시간이 오전 9시임을 고려하면 더 이상의 양보는 사치다. 아침 출근시간의 교통상황을 생각하면 6시 50분에는 집을 나서야 충분히 여유가 있다. 마지막 만남이 섭섭하지 않게 '코비'도 우리와 함께 동승한다. 창문을 열고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코비는 모든것이 재미있고 신기하듯 이 시간을 즐긴다. 창밖으로 얼굴을 반쯤 배어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즐거워하는 '코비'의 모습에서 동물도 사람처럼 자신이 즐거워하는 무언가가 있구나를 깨닫게 된다. 출근시간임에도 내슈빌 국제공항까지 ..
인연이랑 참 신기하다. 아주 오래전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동갑이라는 이유로 친구가 되었으나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헤어지게 된 인연을 18년만에 '내슈빌'이라는 도시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저녁식사까지 하며 다 함께 유쾌한 옛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거의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내가 기억하는 H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는 세월의 흐름으로 눈가에 주름만 살짝 늘었을뿐 그 얼굴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난날들의 유쾌한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나가며 많이 웃고 떠들었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우리를 다시 18년전 그 도시에서 처음 만났던때로 돌려 놓았다. 살면서 문득 문득 그는 미국 어느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가 궁금했었다. 그러나, 실..
스테이크를 굽는 냄새가 뒷 마당 전체에 가득 퍼진다. 스테이크를 구울때만 나는 그 냄새가 내 식욕을 자극한다. 전날 Whole Food에서 사온 그 쇠고기는 우리나라의 쇠고기보다 저렴하고 고기의 품질과 크기에서도 단연 최고다. 형님께서 구워주시는 스테이크의 맛은 한국에서 먹던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미국이라는 곳에 왔기 때문에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건지 아니면 미국 쇠고기의 맛이 누가 구워도 맛이 나는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건 지금 내가 맛보고 있는 이 스테이크의 맛은 단연 최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점심을 거하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식사가 이렇게 맛있는 것은 단지 소고기의 품질이 좋아서만은 아닌듯 싶다. 난 오늘 생애 최고의 스테이크를 맛 보았다. -내슈빌에서의 근사..
눈을 떠보니 아침 8시 30분이다. 전날 새벽부터 시카고에서 내슈빌로 이동했던 탓인지 밤 10시 30분경 소파에서 단 15분만 눈을 붙이려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씻지도 않고 양치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입고 있었던 옷 그대로 곯아 떨어져 버린 것이다. 밤새 꿈을 꾸었던 듯 하다. 그것도 그다지 반가운 내용의 꿈은 아니었다. 꿈에서 깨어보니 희미한 불 빛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램프가 밤새 켜있었다. 손을 여기저기 더듬어 휴대폰을 찾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4시 28분이었다. 그때서야 내가 어제 입고 있었던 옷차림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는 사실이 생각이 났다. 양말도 신은채 그대로.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온 후 다시 눈을 붙이려 소파에 누웠다. 그러..
Franklin은 내슈빌 남서쪽 suburb(교외)에 위치한 도시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 옆 분당같은 수도권 도시인 셈이다. 이 도시는 유색인종 보다는 백인 중산층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인지 도시가 상당히 깨끗하고 조용하며 일부 지역은 한 눈에 봐도 고풍스런 저택들이 모여있기도 하다. 늦은 오전, 아니 거의 점심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한 시간. 이 작은 도시의 다운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을 안고 집을 나선다. 날씨는 이보다 더 아름다울수 없을 만큼 화창하다. 다운타운 중심가의 한 교회 옆 도로에 주차를 한다. 딱 봐도 역사가 오래된 전통이 느껴지는 교회 건물이다. 우리는 중심가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다운타운은 평일 낮 시간임에도 비교적 많은 차량들과 점심식사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Publix'. 테네시주에서는 나름 유명한 체인형 마트인듯 하다. Walmart가 미국 전역에 있다면 'Publix'는 남부의 일부 주에만 있는 대형 마트인것 같다. 근처의 한 Asian Fusion 음식점에서 다같이 근사한 식사를 끝내고 같은 근처에 위치해 있는 이 마트에 몇 몇 식료품들을 사러 들어선다. 미국에서 경험하는 많은 것들이 예전의 나의 좋은 기억들을 일깨우듯, 이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역시 오래전 필라델피아에 있을때 종종 가던 'Giant' 마트가 생각이 났다. 마트에 무슨 '향'이 있겠냐마는 나에겐 마트에 들어설때마다 내 코를 자극하는 그 어떤 '향'이 느껴진다. 그건 어떤 야채나 과일 냄새도 아니고 빵 굽는 냄새도 아닌 마트의 모든 상품들에서 배어나오는 향의 집합체일 것이다. 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