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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에셀이와 꿈 본문
Photo by Kay Im
Chicago Museum of Art, Chicago, Illinois, USA
방 안에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휴대폰의 알람소리에 눈이 떠진다. 커다란 벨소리로 울리는 알람음에 나는 잠이 깼는데, 아내와 에셀이는 그 커다란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새근새근 아직도 꿈나라다.
나는 아내의 발 아래만치 둔 휴대폰의 알람소리를 끄고 나서 다시 눈을 붙인다. 아내가 출근할 시간인데, 내가 알람을 꺼버렸으니, 이대로 자다간 출근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내를 흔들어 깨웠다. 아내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다더니,
"한참 즐거운 꿈을 꾸고 있었는데....."라고 말하며 씩 웃는다.
그리고는 곧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러 방문을 나선다.
아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다시 눈을 붙였지만 이상하게도 다시 잠이 들지 않는다. 평소같으면 9시가 넘어서 일어나는데, 오늘은 6시 30분에 눈이 떠졌음에도 다시 잠이 들지 않는게 오히여 신기할 따름이다. 어제밤 책을 읽다가 새벽 2시가 거의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면 겨우 4시간 반 밖에 수면을 취하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정신도 말짱하고 컨디션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나는 휴대폰의 와이파이를 켜고 오늘의 메일들을 확인하고, 간단한 뉴스거리를 찾아 읽는다. 그리고 7시 40분이 되어 즐겨듣는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기 시작한다. 9시에 방송이 끝나자 마자 에셀이가 잠에서 깨어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딸 아이를 바라본다는 것은 딸 아이를 가진 아빠만의 특권이 아닐까.
에셀이는 나를 보자마자 나에게로 다가와 "아빠!" 하고 내 품에 안긴다.
"우리 예쁜 에셀이, 잘 잤어요? 우리 에셀이 무슨 꿈 꾸었어?"
에셀이가 잠에서 깨면 내가 에셀이에게 아침 인사겸 종종 묻는 질문이다.
"응 유엔 사무총".
내가 이 질문을 할때마다 에셀이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유엔 사무총'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단어를 끝까지 다 발음하지 못해서 나는 단어이다. 그리고, 무슨 꿈을 꾸었냐는 질문에 에셀이가 '유엔 사무총장'이라고 대답하는 이유는, 예전에 내가 "우리 에셀이는 꿈이 뭐야?" 라고 물으며 "우리 에셀이는 유엔 사무총장이 될거야"라고 종종 말해주었기 때문에 '꿈'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아마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인것 같다.
아빠, 엄마가 "우리 에셀이는 커서 유엔 사무총장이 되자" 라고 자주 얘기해주었던 것이 아이의 머리에 '꿈'이라는 단어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단어가 연결되어 각인이 된 듯 하다.
이제 30개월, 그러니까 정확히는 2년하고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사실 유엔 사무총장이 무언지 어떻게 알겠는가. 아직 어린 유아에게 미래에 되고싶은 꿈을 부모가 임의대로 정해주는 것이 부모의 권리는 아닐진대, 나와 아내는 우리 아이가 미래에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고보면 '반복'이라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큰지 사뭇 깨닫게 된다. 반복적으로 말해지는 단어나 행동들이 무의식적으로 몸과 입에 배어 자연스럽게 나오는걸 보면 반복 학습을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생후 18개월이면 일반적으로 아이의 뇌가 다 형성된다고 하는데, 이 시기에 아이의 성격과 성향이 대부분 만들어진다고 하니, 지금 이 시기가 우리 아이게게 얼마나 중요한 때인지 부모로서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함을 깨닫는다.
2015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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