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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진정한 '돕는 배필'이란 본문
Photo by Kay Im
Sydney, Australia
'돕는 배필'이라는 단어는 성경의 창세기에 처음 등장하는 단어이자 하나님께서 아담을 만드시고 그의 돕는 배필로서 하와를 만드셨다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일학교 시절부터 성장한 후 결혼을 하기 전까지도 돕는 배필이라는 이 단어는 말씀을 읽을 때에도, 설교시간에도 또한 결혼 예비학교를 할 때에도 수도 없이 들어왔다. 이 단어가 주는 사전적 의미는 이미 들어 알고는 있지만, 결혼을 한 후 이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거나 이 단어가 주는 참된 의미에 대해서는 결혼 생활에서든 일상 생활에서든 제대로 깨달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은 아내의 월급날이다. 어제 저녁 메뉴로 피자가 너무 먹고 싶었지만, 여건이 허락치않아 먹지를 못했었는데, 아내가 어제를 기준으로 내일, 즉 오늘 월급날이니 저녁에 함께 피자를 먹자고 했었다. 매주 금요일에는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퇴근을 하는 아내는 5시쯤 귀가하여, 저녁시간 전까지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우리 C네 부부네로 가서 다같이 먹는건 어때?"
C부부는 우리 부부와 친한 사이이다. C는 최근 그의 아내와 오랜 시간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는 문제로 힘든 시간을 겪은 후 다시 함께 살기로 결정을 했던 터라 나나 아내는 두 부부가 함께 식사 교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약속 없이 문득 함께 저녁을 먹자는 얘기에 그 친구는 좀 당황하는 듯 했으나, 오랜만에 넷이 모여 식사교제를 한지도 오래되고 해서 내심 좋아하는 것도 같았다.
우리는 그 친구네 집에 모여 맛있는 피자와 치킨을 주문했고, 오랜만에 서로간의 이야기 꽃을 피웠다. 두 사람은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고갈되고 메말라 있었고, 결국 갈라서기로 결정을 했지만, 신앙의 힘으로 다시 한번 잘 해보기로 결심하고 이제는 서로 노력하며 잘 살고 있다. 그렇게 결정하고 살아간지 이제 1주일쯤 된 듯 하다.
사실 나는 이 부부의 친구로서 두 사람이 정말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루어 나가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진지한 이야기들을 제 3자의 객관적인 입장으로서 명확하고 뚜렷하게 이야기 해주는데 익숙하지가 않다. 익숙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용기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마음속으로는 진심으로 바라지만, 말로 표현하는데 약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 아내는 나보다 말 주변도 좋고 또한 어떠한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조언을 해주는 데에도 나보다는 훨씬 편한 사람이다. 남이 듣기에 싫은 소리일지라도 그 이야기가 상대방이 꼭 들어야 하는 이야기라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명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
함께 살면서, 이러한 상황을 처음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 같은 날은 내 아내가 참 고맙게 느껴졌다. 내 친구 부부들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며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줄 줄 아는, 그러면서 상대방의 자존심에 금이 가지 않도록 조언들을 부드럽게 포장해서 해줄 줄 아는 센스도 갖추고 있다.
오늘 우리가 함께 한 교제의 시간은 내 친구 부부에게 적지 않은 교훈의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자기 자신도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현실들을 좀 더 명쾌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뿐더러, 그 동안 본심은 아니지만 서로를 세워주는 말들을 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안겨주었던 시간들을 버리고 이제는 서로를 더 깊이 세워주고 보듬어 주기로 결심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 중심에는 나의 '돕는 배필'인 아내가 있었다. 내가 그런 역할을 하는데 아직 서투르고 익숙하지 않기에 하나님은 돕는 배필인 아내를 사용하여 한 가정을 다시 굳건하게 세우는데 큰 역할을 감당하게 하신 것 같다. 나에게 없는, 그리고 나는 잘 할 수 없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명쾌하게 상대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나의 '돕는 배필'인 아내에게는 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한 사람의 배우자가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는 것을 아시기에 '돕는 배필'을 허락하셨나 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에서 난 아내에게 애 많이 썼다고 칭찬을 했다. 더 화려하고 멋진 말로 아내를 칭찬하고 싶었지만,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은 나에게는 그 순간 그 말이 내가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단어 “돕는 배필’. 정작 결혼을 한 후로도 그 단어가 가지는 가장 완벽한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살다가 오늘에서야 이 단어가 주는 가장 완벽하고도 적합한 의미를 비로소 깨닫는 것 같다. 내 아내가 나에게 가장 완벽한 돕는 배필이듯 나 역시 아내에게 가장 완벽한 돕는 배필이 되고 싶다.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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