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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매일의 일상 (317)
'케이'의 세상을 보는 noon
80년대에 중후반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는 사실 미국의 팝송들을 9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접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아무 곳에서나 쉽게 원하는 음악을 듣던 시절이 아니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레코드가게'라 불리던 음반점에 가서 LP나 테잎을 구입해야만 가능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내 또는 중,고등학교 앞에는 항상 레코드가게가 있었다. 그리고 가게 밖에서는 늘 스피커를 통해 당시 유행하는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레코드가게 앞을 지날때마다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다. 8,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아마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난 91년에 중학교에 입학했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 출처를 모르는 팝음악 테잎이 집에 있어 그 음악들을..
골목이라고 하기엔 도로의 폭이 조금 더 넓어 보이는, 수 많은 신축 빌라들 틈 사이로 지은지 적어도 40년은 족히 넘어보이는 옛날식 주택들이 중간중간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주택들 사이에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한 작은 식당이 보인다. 입구에서부터 세월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는 이 작은 식당 입구에는 지금은 제작 되지도 않는 90년대를 느낄 수 있는 햄버거 포스터가 붙어있다. 빛이 바래 원래의 색깔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오래되어 보이는 이 포스터에서 이 가게의 내부를 예상할 수 있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점심시간이 한창임에도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메뉴판도 따로 없고 주방을 바라보는 쪽에 햄버거 메뉴 3가지가 적혀있는것이 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전부였다. 물론, 80년대 찻집에서나 볼 수 있..
새 해가 밝은지 한달 하고도 벌써 5일이 지나고 있다. 지난 12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너무나 바쁜 일정을 사느라 내 삶의 주변들을 제대로 돌아볼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살았다. 그저 내 앞에 떨어진 일들을 처리하며 하루 하루 사는데 급급했다. 오늘은 2월의 첫 월요일이다. 그리고 이번주는 구정 연휴가 끼어 있는 주다. 그래서인지 심리적으로 그나마 여유가 생긴다. 내 마음이 여느때의 월요일보다 조금 숨통이 트이는걸 보면 알 수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더 의미있고 가치있게 보낼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며 사는 '나'인데,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쁘다 보면 정작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고, 먹고 살기위해 그날 그날 해야하는,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들보다는 덜..
내가 어렸을때,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한참 발전을 거듭하고 있던 그때 그 시절에는 크리스마스가 오기 한참 전부터 거리의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캐럴들이 들려왔다. 거리마다 있던 음반점의 스피커에서, 커피숍의 배경음악에서, 그리고 그 시절 사람들이 많이 모이던 신촌, 이대, 명동과 같은 거리에서는 항상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겨났다. 거리에서는 딸랑딸랑 종을 흔들며 기부를 외치던 구세군의 모습도,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 사슴의 그림으로 도배되어 있는 팬시점의 모습도, 일명 레코드가게라 불리던 음반점에서 흘러나오던 정겨운 캐럴소리도 모두 아직까지 내 마음속에 간직되고 있는 그 시절 크리스마스의 모습들이다. 그때는 이것들이 당연한 풍경이었고, 난 그러한 분위기,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세월이 흘러 밀레니엄 시대를..
반쯤 열린 창문 사이로 10월 말의 시원한 가을 바람이 들어와 내 얼굴 전체를 부드럽게 감싼다. 어린이집 아이들의 재잘재잘 거리는 정겨운 목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새 지저귐 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창문 사이로 들려온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나무들. 이 모든 것들이 10월의 마지막 목요일 아침을 한층 더 예쁘게 단장한다. "나는 집에 머무르는 가을의 햇살만큼 소중한 것을 낭비하는 일을 참을 수가 없다." 라고 말한 '너다니엘 호손'의 말처럼 혹시라도 집에 머물렀다면 이 정겨운 소리, 이 멋진 느낌, 이 아름다운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흘러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내가 누릴 수 있는 좋은 것들도 내가 스스로 찾아 나서야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